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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준이에게 별탈없이 모유를 먹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요.
태어나자마자부터 17개월22일(540일)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엄마젖을 먹고 자란 범준이예요.

주위에서 젖을 계속 끊으라고 했지만
출근하는 엄마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뭘까
생각하다가 역시 엄마젖이 아닐까 싶어 두돌까지 먹이기로 결심했지요.

친정엄마는 출근하면서 젖까지 먹이고, 몸 축나고 힘들다고 그만두라고.
주위에서는 더이상 엄마 젖에서 아이에게 먹을만한 영양분이 없다고들 그만두라고.

하지만 범준이를 잘 설득해서 별 무리 없이 젖을 끊고 싶었고,
범준이에에게 젖을 먹이며 엄마와의 사랑과 정을 나누고 싶었어요.

지난 일요일
몸도 너무 안좋은데, 범준이가 젖 때문에 잠도 못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우는 모습이 이날따라 너무 보기 싫었다.
그래서 범준이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범준아. 범준이 많이 컸네. 이젠 밥도먹고, 우유도 먹고, 빵도 먹고,
반찬도 먹고, 과일도 먹고. 범준이가 먹을 수 있는게 참 많다. 그치?
그래서 범준이는 이제 더이상 엄마 젖을 안먹어도 된대요.
범준이가 젖을 먹으니까 자다가도 자꾸 깨고, 자기전에 젖먹으니까
이도 안좋을 수 있고, 엄마도 잠을 못자서 회사에서 졸릴 때가 있어.
우리 범준이 이제 젖 그만 먹을까? 그만 먹을꺼면 엄마랑 악수~"

눈을 깜빡이면서 듣고 있다가 손을 내밀어 준다.
우리 범준이가 말도 잘 알아 듣네.

그런데 금새 엄마 옷을 올리려고 온다. 그래서 다시 똑같이 말해줬다.
그리고 나서 악수를 하자고 하니 또 한다.

하지만 또다시 엄마 옷을 올리러 온다. 그래서 다시 반복했다.
악수를 하자고 하니 한다.

그러다가 방에 들어가서 잠을 재우기 시작했다.
조금 짜증을 내더니 잠이 들었다.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서 젖을 찾을 때도 있었지만
엄마 등을 보여주면서 없다고 하고, 아빠와 함께 하느님이 가져가버렸다고.
범준이 이제 많이 커서 그만 먹어도 된다고. 그렇게 하루종일 말을 해줬다.

그말을 알아 들은 걸까?
그날 밤. 잠자리에서 범준이는  엄마 아빠랑 놀다가 울지 않고,
젖도 찾지 않고 잠이 들었다.

그렇게 4일이 흘렀다. 지금도 가끔 엄마 옷을 올리러 오지만
이제 엄마젖 없어요. 하느님이 가져갔어~ 말하면 금새 몸을 돌려
다른 걸 하러 간다.

나의 몸도 아는건지 젖이 차오르지 않아서 크게 부담없이 젖이 말라가고
있는것 같다. 매일 식혜를 먹다보면 젖이 아예 마르겠지.

참 일요일 저녁에 평소와 달리 갑작스럽게 20분정도 목놓아 우는 모습이
이제 더이상 젖을 먹을 수 없음에 가슴아파 하는 듯 싶었다.
하지만 기특하게 잘 끊어준 범준이에게 너무 고맙고.
나도 젖몸살이나 아픔없이 잘 넘어갈 수 있어 다행이다.

범준아~ 엄마가 지금보다 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께.
우리 범준이 사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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