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조별로 차를 나눠 탄 뒤, 1박3일의 일정을 잘 마치기 위해 잠을 청해본다.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 물건을 사고 돌아서는데 낯익은 얼굴이 있다. 민중가요를 부르는 ‘우리나라’ 멤버 중 한명인 ‘백자’씨다. 사실 백자씨와의 인연은 따로 있다. 우리가 결혼할 때, 멋진 노래로 축가를 불러주신 분이다. 인사도 제대로 못한 차에 만남이 너무나 반갑게 느껴진다. 무대 위에서만 보던 백자씨와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그는 동네 형님, 오빠처럼 훈훈하게 느껴진다.

캄캄한 밤을 뚫고, 5시간 정도 달린 차는 ‘고성’에 도착. 이곳에서 아침을 먹는다. 아침을 먹기에는 매우 이른 시간이지만 금강산에 도착하자마자 시작되는 산행을 위해서는 배를 든든히 채워야 한다. 다양한 반찬과 밥을 즐비하게 늘어놓은 뷔페. 커다란 양푼에 비빔밥 또는 반찬들을 조금씩 담아내 먹을 수 있는 것들로 가득하다. 배를 채우고, 이제 북녘 땅으로 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관광버스를 타고 나니, 현대아산 직원(이하 조장)들이 관광증과 신분증, 카메라 사양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 버스에 나눠 탄다. 금강산 관광에서 신분증을 꼭 필요하다.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았다면 아쉽지만 돌아가야 한다. 핸드폰도 가져갈 수 없다. 핸드폰을 조장들이 다 수거해 간 다음, 다시 남측으로 돌아올 때 돌려받는다. 북으로 들어 간 뒤에는 관광증이 신분증이다. 만약 관광증을 잃어버리거나 찢어지거나 때가 타면 벌금을 물어야 하니 관광증 보관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사진대회다 보니 다양한 카메라가 눈에 보였다. 카메라 렌즈도 규정이 있어 광학 10배줌, 160mm 이상의 렌즈는 반입이 불가능하다. 가지고 들어갈 수는 있어도 가지고 나올 수는 없고, 벌금도 내야 한다.



버스는 동해선 남북 출입사무소에 멈췄다. 이곳에서 CIQ 수속을 밟기 위해 줄을 선다. 같은 민족이면서 왕래를 하기 위해 출입국 관리 사무소를 지나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남측 CIQ를 지나 다시 버스에 올라타 비무장 지대로 접어든다. 바다 건너 멀리 통일 전망대가 눈에 들어온다. 통일전망대에서 북녘 땅을 바라보며 가깝고도 먼 곳이라 생각했었는데, 직접 볼 수 있다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금강통문을 지나면 군사분계선이 나오고, 비무장 지대를 통과하게 된다. 멀리 바다가 보이고, 갈대밭으로 가득 메워진 비무장지대는 남북이 갈라져 살아온 수십 년의 세월을 보여주는 듯, 황량하기만 하다.
비무장지대는 여의도의 117배나 된다고 한다. 휴전선으로 가는 길목 옆으로 길게 늘어진 철조망들은 금강산을 갈 수 있다고 해도, 허물지 못하는 장벽의 그늘처럼 느껴진다.

휴전선은 129개의 말뚝으로 되어 있다. 눈 덮인 산과 황량한 나무들이 싸늘하게 느껴진다. 휴전선의 마지막 말뚝을 눈으로 확인하며 시계를 본다. 오전 8시 11분에 북측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얼굴 생김새는 같지만 복장이 다른 북측 군인이 눈에 들어온다. 손에는 칼총을 들고 있다.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었지만 군인들은 아무런 반응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제 눈에 북녘의 산과 들판이 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낙타봉과 구선봉이 보이고, 호수가 눈에 들어온다. 버스에서 내려 북측 CIQ에서 검문이 시작되었다. 통행검사소 확인 도장을 찍은 뒤, 드디어 온정각으로 출발했다. 온정리 마을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 들판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집들이 보인다. 반갑게 달려가 인사라도 나누고 싶지만 정작 마을은 들어 갈 수가 없다. 관광지를 제외하고는 북측 사람들과 절대 이야기해서도 안되고, 사진촬영도 절대 할 수 없다.  

'3. 여행 > 대한민국/소풍'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강산을 가다#6 (2006. Jan)  (0) 2006.03.14
금강산을 가다#5 (2006. Jan)  (0) 2006.03.14
금강산을 가다#4 (2006. Jan)  (0) 2006.03.14
금강산을 가다#3 (2006. Jan)  (0) 2006.03.14
금강산을 가다#1 (2006. Jan)  (0) 2006.03.1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