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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c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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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놈,나쁜놈,이상한놈
감독 : 김지운 |  배우 :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평일에 극장에 가기란 흔한일이 아니다. 함께 영화감상 즐겨 줄 그는 거의 매일 야근을 하고, 아이가 있는 나로써는 저녁시간을 일 이외에 혼자 따로 즐김이란 가족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앞서기에 할수 있는 일이 아니다. '추격자'를 끝으로 보고싶은 영화가 있어도 참고 지내다 그의 민방위 훈련 덕분에 저녁 시간을 낼 기회가 주어졌다. 그와 나 둘만의 시간을

예전에 선물받은 CGV상품권을 가방에서 꺼내며 영화를 보는 즐거움에 공짜라는 즐거움이 하나 더해졌다. 사실, 요즘에 개봉한 영화 중 그닥 끌리는 영화는 없었다. 흥행가도를 달리는 '놈놈놈'이 눈에 띄기는 했지만 평이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갈려져 있었다. 싸우는 영화보다는 가슴을 적시는 영화가 보고싶었던게다. 한여름에 그런 영화를 찾기는 쉽지 않다. 여름 더위를 식히라며 액션 아니면 공포물이 줄지어 나오는 시기가 이때가 아닌가.

그러나 CGV 홈페이지에서 영화를 애매하려는 순간, 이건 무슨 만행인가 싶었다. CGV 용산 극장의 7개관에서 '좋은놈나쁜놈이상한놈'이 상영되고 있었다. 공공의적1-1 3개관, 님스아일랜드 2개관, 핸콕 2개관, 원티드 1개관.... 순간 '좋은놈나쁜놈이상한놈'을 이상한 눈으로 볼수밖에 없었다. 7개관에서 영화를 상영하는데, 과연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관객에게 주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색안경 끼고 볼일도 굳이 아니겠지만 다른영화들이 개봉했을 때 보지 못한 내 잘못이겠지만 현재 개봉중인 영화 리스트가 무색할 만큼 너무나 심한 처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배급사가 CJ라고해도...

현재 한국영화는 위기라고 한다. 올해 제작되는 영화가 50편도 안되며, 투자자들도 영화에 투자를 하려들지 않는단다. 그러다 보니 올 상반기 한국영화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감소했고,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에서 주로 보던 배우들이 최근들어 드라마 출연한 이유도 이런저런 이유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국영화의 수익이 악화되면서 영화관 상영수입에 90%를 의존하게 되고, 이런 구조다 보니 제작사보다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배급사나 멀티플레스 영화관 체인만이 살아남게 된다고 하더니 어제 본 '놈놈놈' 상영관수와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영화 제작에 들어간 돈도 뽑고, 돈도 벌기 위해서는 상영관수를 늘려 관객들을 끌어 모으는 수밖에 없겠지. 신문에서 본 '놈놈놈'의 200만관객 어쩌고 하던 내용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극장에서 또하나 눈에 띄는 점은 영화 시작전에 하는 광고들이다. 거의 이동통신 아님 핸드폰 광고다. SKT, KTF, LGT, 애니콜, LG, 모토로라.... 이동통신사들이 모바일 컨텐츠 때문에 영화에 투자를 한다고 하더니 그런 이유가 아닐까싶다.

영화시간을 맞추다 보니 영어자막이 나오는 시간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외국관객들도 눈에  많이 보였다. 여러 타겟을 겨냥해서 영어자막까지 제공해야겠다는 아이디어는 좋은것 같다.

'놈놈놈' 영화는 개인적으로는 그냥그랬다. 눈요기 하기 좋은 오락영화다. 오락영화를 폄하하는 건 아니고, 생각없이 볼 수 있는 오락영화도 좋지만 뭔가 가슴에 남고, 생각하게 해주는 그런 영화를 조금 더 선호한다고 할 수 있다.

잘생긴 외모의 정우성, 처음으로 악역을 맡아 돋볻이는 이병헌, 관객들에게 재미와 웃음을 선사하는 송강호. '장화홍련'과 '달콤한 인생'을 만든 '김지운'감독의 실험정신이 이 영화에서도 한몫을 하고 있다. 감독과 출연배우만으로 이 영화가 확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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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화의 포인트는 공간과 색감이다. 미국 웨스턴 영화의 경우, 뿌연먼지 날리는 공간이 대부분이라면 만주의 웨스턴은 미국황야에 아시아 전통의상색을 가미했다고 할까. (한국과 중국의 전통의상은 문양도 독특하고, 색감도 짙고 화려하다.) 공간의 영상미와 배우들의 의상들은 그들의 역할에 맞춰 적절히 갖춰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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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지도를 가지고 쫓고 쫓기는 그들. 박도연(정우성)의 입을 빌려 자신이 뭔가를 갖고자 하는 욕망이 생기면 그걸 쫓게 되고, 그걸 쫓게 되는 순간, 쫓기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내용의 대사는 욕망이란 결국 인간을 쫓기게 만드는 근본임을 말해주는 장면에서 뭔가 있어보였다. 하지만 영화는 전반적으로 개연성이 없다. 스토리라인을 대략 짐작할 수 있을만큼 긴장감이 떨어진다. 주인공들은 아무리 총을 쏴대고, 대포가 터져도 죽지 않고, 보물지도 없이도 보물이 있는 장소를 그들 모두 잘도 찾아간다. 보물이 갖는 의미 또한 명확하지 않다. 게다가 캐릭터들에 대한 동기부여도 부족해 보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영화 깐느에서 호평을 받고, 토론토 영화제에서도 상영한다고 하니 외국에서도 인정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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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놈, 나쁜놈, 이상한 놈은 누구일까?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좋은놈은 박도연(정우성), 나쁜놈은 박창이(이병헌), 이상한놈 윤태구(송강호)다.

박도연은 현상금 사냥꾼이지만 돈에 목숨을 걸지는 않는다. 돈 때문에 태구를 따라가긴 하지만 사람들을 괴롭혔던 '손가락 귀신'을 찾기 위한 이유도 있다. 보물지도도 독립군의 부탁으로 찾으러 가게 된다. 그렇다고 그가 정의감이 철철 넘치는 인물은 절대 아니다. 단지 이 세 인물중에서는 가장 젠틀하고, 도덕심을 그나마 가지고 있다. 긴 롱코트 차림으로 장총을 들고, 밧줄을 타고 총질을 해대는 정우성이 어찌 멋지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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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이. 매국노에 의해 길들여진 그는 피도 눈물도 없는 마적대의 두목이다. 헤어스타일에서부터 옷입는 것까지 악당이미지를 팍팍 풍겨준다. 그는 돈을 제법 손에 넣었음에도 윤태구와의 결투를 위해 그를 찾아 떠난다. 혼자 움직이는 박도연과 달리 그는 부하를 거느리고 다니고, 그의 비위를 조금만 건드려도 가차없이 죽임을 당하게 된다. 그가 원하는건 그들 중에서 베스트가 되는 것이다. 볼살이 쏙 빠진 이병헌은 이 역할 제대로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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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구는 이상한 놈이다. 좋은놈인지 나쁜놈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진지하려고 했다가도 금새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로 바뀌는가 하면 싸움도 잘 못할것 같은데, 의외로 총도 맞질 않고, 이리저리 잘도 피해다니고, 싸움도 잘한다. 막바지에 그의 이런 이력에 대한 의문이 약간 풀리기는 한다. 내가 남에게 상처준거 나는 기억하지 못해도 상대는 평생 가슴에 담고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잘 기억해줘야 한다. 박창이와 윤태구의 관계가 여기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윤태구는 그저 보물을 찾아 고향으로 떠나고 싶은 단순한 인물이기도 하다. 송강호 역시 복장부터 예사롭지 않더니 그의 캐릭터가 튀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웃지 않을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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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배우들을 보면서 한여름 오락영화로 즐기기에는 그리 나쁘진 않은 영화다.
배우들의 행동, 목소리는 어디선가 봐온 것 같은 식상함이 묻어나는 아쉬움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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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나는 영화가 끝나고 나면 크레딧이 모두 올라갈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는다. 이 영화 마지막에 ' 故 지중현, Bana Tehrani Ali Asghar(<놈놈놈>에 출연한 이란 배우로 지난 3월 교통사고로 사망)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자막이 뜨는데, 이 분이 누군지 궁금했다. 故 지중현감독은 촬영지로 이동하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 영화의 무술감독 겸 배우였다고 한다. 영화는 감독과 배우만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스텝들의 고생없이 이뤄질 수 없는 것이 영화다. 그런만큼 한사람을 잃었다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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