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zzcoMa]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주부터 써온 제안서 작업을 마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항상 마음보다 욕심이 앞선다. 나의 능력 밖의 그 뭔가가 없다는 것이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간혹 어떤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더이상 할게 없다'고 말할때, 그들에게 부러운 시선을 날리곤 한다. 언제쯤 그런 경지에 오를 수 있을런지. 욕심이라고 하기에는 내 자신이 항상 부족하게 느껴진다. 이것도 일종의 병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SBS에서 드라마가 시작한다고 했다. '달콤한 나의 도시'
영화 '내사랑'을 보면서 4차원 외계소녀 '주원'역으로 나오는 그녀의 자유가 하염없이 부러웠다. 생각없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모든 것들에 이유가 있는 주원의 모습과 이미 여러가지들로 규정되어져 버려 이것저것 실타래가 얽힌 나의 모습과 비교하게 된다. 사람을 사람으로 좋아하는 모습속에 이리 재고, 저리 재는 그런 사람들을 마냥 비웃어 줄 수 있는 그런 캐릭터였다. 그런모습을 너무나도 잘 소화해 낸 최강희가 주연이다. 30대 연기자라고 하기에 그녀는 너무나 동안이다. 하지만 그녀는 실제 은수같다. 31살 오은수

아줌마지만 드라마홀릭이고, 유치하다 싶어도 한번 보기 시작하면 끝까지 마무리지어주는 자세를 가진 나. '커피프린스1호점'에서 '최한결'보다 '최한성'에서 더욱 끌리며, 저사람이 바로 내 이상형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더랬다. 정직하고, 바르고, 깊이 있고, 따뜻하고, 자상함을 가진 남자. 그역을 이선균은 너무나 잘해냈다. 그래서 이선균이 예뻤다. 이번에는 '김영수'라는 평범한 이름을 가진 친환경 유기농업체 CEO역으로 나타난 그. 겉은 무뚝뚝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그안에 남모르는 아픔을 갖고 있고, 너무나 자상하고, 따뜻하며, 자기 일에 몰두 할 줄 아는 남자다. 볼때마다 정이 간다.

사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이 두 인물에게 주로 포커싱을 맞추고 있다. 자상하고, 배려심 깊고, 너무나 순수한 남자 태오에게 미안하지만. 이제 33살의 결혼을 했고, 한 아이의 엄마인 내게는 그런 그가 아주 오래전에 잊혀져간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일 뿐이다. 10년 전의 나로 돌아간다면 물론 태오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겠지. 어쩌면 은수보다 내가 더 속물이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드라마를 보면서 소설을 읽고 있는 중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베일이 가려진 김영수란 인물이 너무나 궁금해서 달콤한 나의 도시 책의 뒷장부터 단숨에 넘겨 버렸다.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한다. 책을 현재 3분의 2정도 읽었기에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책에서의 김영수는 그리 도드라지는 인물이 아니다. 드라마의 그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평범하고, 무뚝뚝하고, 말은 없지만 은수를 좋아하는 마음이 가끔 드러나기도 하는 그런 남자. 드라마 보다 소설은 더욱 현실적인 묘사들로 써내려 간다.

남유희와 하재인 내 주변에 있을법한 그들. 그녀들의 대화와 우정이 너무나 부럽다. 내 속을 훤히 다 드러내도 아무렇지 않고, 모든 것들을 훌훌 털고, 함께 떠날 수 있는 진짜 우정이 나에게도 있었다. 있었다는 표현일 수밖에 없는 이유. 내 일상이 나의 모든것이 되어버린 지금. 누군가 갑작스럽게 큰 부탁을 해오게 되면 그보다는 나를 내 주변을 먼저 생각하게 되어버린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은수의 우유부단함은 내게도 존재한다. 재인이 죽도록 싫은 선택을 했음에도 이미 시작한 일이라 쉽게 떨치지 못한 면도 내게 존재한다. 첫사랑의 배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시절의 자신의 순수함이 좋아 그를 다시 만나는 철없는 모습이 내게도 존재한다.

우리의 일상에서 충분히 있을법한 일들이 물론 아이까지 낳아버린 내 자신의 현재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지만 30대의 이야기라는 것만으로도 나를 자극해준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좋다.

..................

오늘 책을 끝냈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멍잡기' 놀이에 잠시 빠져 있었다. 사람들은 어떤 규정안에 자신을 자꾸 꾸역꾸역 집어 넣으려고 한다. 특히 나의 경우, 좀처럼 내 현실을 수긍하지 못하면서도, 피하려고 하거나 아예 없던 일처럼 생가하려 들때가 있다. 입에서는 너무나 뱉어내고 싶은 말과 행동들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걸 다 토해내고 나면 이상한 사람이 될수도 있을 그래서 가슴에만 담고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어쩌면 나 스스로가 먼저 어떤 선을 만들어 놓고, 그 선 밖으로 나가면 큰일이라도 나는것처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어쩌면 내가 하고싶어도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그녀들의 입이 대신 해주고 있기 때문에 더 끌렸는지 모르겠다. 외로움이 많아 누군가를 찾고싶어 할때가 많지만 그러면서도 혼자 꿋꿋해져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자책하는 은수와 나는 닮은 꼴이다. 길을 가다가도 문뜩 생각에 잠기면 코가 시큰거리고, 눈이 충혈되서 톡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나올거 같은 나. 도시 속의 생활이란 팍팍할 수 밖에 없고, 다들 자신하나 추스리기에도 힘겨워 보인다. 하지만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되는 법.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찾아내고, 그 행복이 내 옆사람에게까지 전파되어지길 바래본다. 나의 어리숙한 상념들이란 항상 허공을 쫓고 있노라면 답답할 때가 있다. 가끔은 이런 내가 아주 단순한 사람이고 싶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