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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ocoMa]
아이가 갓 태어났을 때는 신기하고,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자연분만과 모유수유만큼은 꼭 잘 해보리라 다짐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두가지 모두 잘 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모유수유를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18개월까지 모유를 먹이면서 새벽에 잠을 푹 자는 날이 하루도 없었으니 매일 아침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그래도 나와 아이에게 하늘이 내려주신 큰 복이라 생각하면서 정성스럽게 먹이려고 노력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무일 없이 순탄하게 커나가는 것만으로도 그 가정에는 얼마나 큰 행운인지를 실감한다. 내 아이도 태어난지 한달만에 경기를 하게 되어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안기만 해도 부서질것 같이 조그만 아이에게 수면제를 먹이며 뇌파검사며 MRI며... 검사실 밖에서 정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기억이 생생하다. '제발 내 아이가 아프지 않게 해달라'며 그저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이 모든 일이 마치 나의 잘못으로 인해 생긴일이란 생각이 떠나질 않아 스스로를 자책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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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어느덧 자라 3돌을 맞이했다. 많이 극성맞지 않고, 엄마와 어느정도 대화도 되고, 아빠가 출장갔을 때는 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녀석이다. 아직은 큰 욕심은 없다. 그저 건강하고, 밝은 아이로 잘 자라주기를 바란다.

퇴근을 하고, 아이를 데리러 매일 시댁을 향한다. 요녀석이 오늘 하루는 무얼 하며 지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머리 속으로 아이의 웃는 얼굴을 그리면 어느새 미소를 머금게 된다.

아이의 하루하루의 모든 흔적들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지만 직장맘에게는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간밤에 아이와 놀면서 요녀석이 좋아했던 것들을 담아봤다. 조금 더 크고 나서 이 순간들을 아이가 보게 되면 '내가 이랬어? 정말?'이러면서 즐거워 할 일을 생각하니 벌써 마음이 즐거워진다. 내가 크면서 나의 어릴적 사진을 보면서 그러했던 것처럼.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마음은 모두 한결같은게다. 태어난지 얼마지나지 않아, 회사 출근전, 사고를 쳤다. 가격이 제법 나가는 프뢰벨 시리즈를 사고야 말았으니 사고라고 해야한다. 요즘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정성을 쏟는 것들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만.( 가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블로그를 들여다 보면 깜짝 놀란다.) 그런 엄마들의 에너지와 열정이 부럽기도 하고. 잘 따라와주는 아이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직장맘이라는 핑계로 그런 엄마들처럼 할 수 없음이 안타깝지만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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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아이는 책을 싫어하지 않는다. 요즘 부쩍 책을 읽어 달라고 해서 엄마는 조금 더 피곤하긴 하지만 책을 잘 읽어주는 아이에게 오히려 감사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영아다중은 갓난아이때부터 읽어줘서 그런지 제목도 내용도 다 외우고, 잠자리에 들기전에는 10권이나 읽어달라고 한다. 한권만 읽고 잤으면 싶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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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름이 아빠가 책을 통해 아이를 영재로 키워낸 이야기는 많이들 알고 있을게다. 한국사회에서 과외와 사교육 없이 아이가 공부를 잘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에서 아이가 공부를 즐기면서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은 부모라면 대부분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좋아서 해야 한다는 것이 철칙이지만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 아이를 많은 것들에 노출시켜줘야 하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프뢰벨 마더구스 책을 볼때마다 이책은 아이의 관심 밖이라 언제쯤 볼 수 있을런지 생각했는데, 관심을 끌 수 있는 기회를 만드니 자연스럽게 아이의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마더구스 비디오를 먼저 보여준 다음, 책을 보며 내용이 같다고 설명을 해주니 자연스럽게 책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런 다음 스티커북과 낱말카드를 보여줬다. 이런식으로 차근차근 하다보니 지금은 한가지만 보는게 아니라 이 모든 것들을 세트로 보게 되었다. 아이의 활동이 많아질수록 아주 가끔은 몸이 너무 피곤해 아이가 일찍 자줬음 하는 마음이 들때도 있지만 이런 모습이 항상 대견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요즘은 한글, 영어를 자연스럽게 스스로 익혀가고 있는 중이라 그저 기쁠 뿐이다. 요즘 아이들은 정말 빠른 것 같다. 내 아이의 또래들이 글도 읽고, 글자도 쓰는 걸 보면 내 아이가 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난 그저 기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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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뽀로로에 빠져지냈었는데, 조금 멀어진다 싶었지만 마트에 갈 때마다 뽀로로 책을 내어 바닥에 앉아 읽는다. 요 조그만 책도 그래서 사줬는데, 단숨에 다 외워버렸다. 조그만 입으로 자기가 읽어주겠다고 하면 엄마는 사탕 녹듯 아이에게 녹아버린다. 뽀로로를 하도 좋아해서 삼촌을 통해 뽀로로 로보트까지 사줬었는데, 도통 관심을 보이질 않았다. 어느날 갑자기 어디서 찾아냈는지, 갖고 놀기 히닥하더니 뽀로로가 말을 할 때마다 대답도 해준다. '지금 뭐해?'라고 뽀로로가 말하면 아이는 '아무것도 안해'라고 대답한다. 그러다가 뽀로로가 계속 '지금 뭐해?'라고 물으면 '아무것도 안해'라고 대답하더니 같은 질문을 계속 반복하니 급기야 '아무것도 안한다니까 -.-; ) 라며 뿔을 내며 소리도 질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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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놀기보다는 밖에 나가 뛰어놀아야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것 같다. 얼마전 제주도에 다녀왔는데, 여기서도 짜증한번 안내고, 잘 돌아다니는지 어른들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해주었고, 또한 즐겁게 해주었다. 아이는 어른들에게 에너지와 함께 가족의 행복을 주는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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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삼촌이 생일 선물로 보내준 자전거다. 지금 타기에는 자전거 몸집이 너무 커 탈수없어 조금 아쉽지만 내년 봄에는 이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신나게 다니는 걸 상상하니 벌써 즐겁다. 아이들은 정말 금새 큰다. 누워 있을 때는 정말 빨리 걸었으면 싶었고, 말을 못할 때는 말을 할 줄 알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언제 그런 생각을 했냐는 듯 정말 쑥쑥 자란다.

가족 중에서 첫아이라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란다. 아이가 이런 사랑을 많이 받은 만큼 커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그 사랑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으로 큰다면 더 바랄게 없겠다. 하루하루 전전긍긍하며 살기 보다는 자신의 미래를 잘 가꿀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아이의 세번째 생일을 축하하고, 아이와 가족들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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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많이 부족한 엄마지만 최선을 다하고 싶다. 나무와 같은 아이에게 좋은 물을 먹고 잘 자랄 수 있도록 작은 것부터 실천하고, 노력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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