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zzocoMa]
33개월이 조금 지난 범준군은 6월6일이 태어난지 1000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말을 너무너무 잘해서 가족들을 깜짝 놀라게하고, 자기를 '개구쟁이'라고 부르며 작은 장난에도 마냥 신나하는 깜찍 발랄한 아이죠. 하지만 낯선장소와 사람들 속에서는 얼굴을 엄마한테 대고, 살짝 살짝 주변을 살피는 낯가림도 있습니다. 조심성이 많아 어디든 안전한지 확인한 후에 그리고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하고요.'엄마 도와줘'

효창공원 산책과 이곳 파라솔에서 먹는 초코우유를 너무나 사랑합니다. 지압마니아라 하루에 2-3바퀴씩 꼭 돌고요. 사실 어른들도 하기 힘들어 하는데, 발바닥이 전혀 아프지 않은지 '아빠도 같이해~'라고 제안을 하기도 합니다.

엄마 화장품을 꺼내서 화장하는 것도 좋아해서 스킨을 바르기 위해 우선 화장솜을 준비한다음, 거기에 스킨을 적셔 한번 바른후, 솜을 휴지통에 버려요. 아주 가끔 입술도 바르고, 눈화장도 얼굴에 바르고 나와 어른들을 깜짝 놀라게 해주는 깜찍이랍니다.

요즘은 원유값도 오르고, 물가도 오르고 생활이 힘들어진 걸 아는지 '전기세 나가자나. 불꺼야지'라며 방마다 불도 끄고, TV도 알볼땐 꼭 끕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뽀로로에 완전 푹 빠져서 지내더니 이젠 좀 컸다고 로로에서 조금 벗어나고 있는 중이예요. 어쩌다 지난주에 본격적으로 인터넷이란걸 조금 가르쳤더니, 다음 '키즈짱'에 완전 홀딱 반해버렸네요. 사실 아이들에게 컴퓨터는 해로운 존재인데, 엄마 스스로 왜 이걸 미리 가르쳤나 싶네요. 마우스 다루는 실력이 제법 늘어, 직접 컴퓨터도 켜고, 다음 메인화면만 열어주면 알아서 키즈짱으로 들어가서 거기서 원하는 메뉴들을 선택해서 보고싶은걸 다 찾아서 봐요. 공룡게임도 즐기고, 스폰지밥과 특히 하이도라 너무 좋아해요. '달려 도라 달려 run dora run' 'backpack, backpack~ 'backpack, backpack~' 하이도라는 우리말과 영어가 함께 나온답니다.  도라가 축구를 하기 위해 축구경기장으로 가는 동안 'jungle', bridge', 'soccer game' 이 세곳을 지나가야 하는데, 범준이 입으로 정글, 릿지, 사커케임이라고 할때마다 범준이보는 재미가 더하답니다. 다 보고나면 혼자 컴퓨터를 끄고서는 '엄마 다봤어'라더군요. 참 '후토스'도 좋아해요. 간밤에도 후토스를 보여달라는데, KBS에서 후토스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다시보기가 56k에 화질도 안좋고, KBS인터넷 실망스러웠어요.





병원놀이 좋아해서 왕진가방 하나 구비해서 그 안에 '주사, 체온계, 청진기, 약통'등등 담고 다니면서 자기가 환자가 되기도 하고, 의사가 되기도 하면서 진찰을 해줍니다. 요즘은 끓이는 요리를 좋아해서 자기 장난감 그릇에 장난감 야채와 과일 물고기를 칼로 써는척한 다음 담아내서 '좀 끓여야 해. 엄마도 줄께'라며 떠줍니다. 이럴 땐 꼭 '와 맛있다'라고 해줘야 하구요.


케익이 먹고 싶으면 살짝 '엄마 파티하자'라며 파티로 케익을 유도하지요. 동요부르기를 좋아해서 부를 줄 아는 동요가 10곡은 넘을 거 같네요. 동화책 보는것도 좋아하는데, 요즘 TV와 컴퓨터를 조금 많이 보게 되다 보니, 책이 조금씩 밀려나고 있네요. 피아노가 마음에 들었는지 '피아노 배우고 싶어. 피아노 사줘' 소윤이네는 피아노 있는대'라며 자기가 갖고 싶은것과 하고 싶은것에 대해 요구가 생기고 있어요.

알파벳도 두세개 빼고는 이제 다 알고, 후토스 한글이랑 숫자 선긋기 놀이를 좋아해요. 이불에 누워서 엄마, 아빠가 좌우로 흔들어 주는거 너무 좋아하구요. '이번이 마지막이야'라며 뭐든 더하고 싶은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 한번만 더해줘'라고 해요.

이글을 남기는 이유는 아주 먼훗날 아이의 어린시절이 잘 기억나지 않을때, 한번씩 열어 보고 싶어요. 아직은 땡깡없이 잘크고 있고, 마트가는 걸 좋아해도 뭘 사달라거나 하지 않고, 말로 설득할 수 있어요. 앞으로는 자기 주장이 더 강해지겠지만. 단지, 너무 아쉬운건, 엄마가 아직 제대로 놀아주지 못한다는 점. 날이 가수록 힘들다는 핑계로 혼자 방치해두려고 한다는 점이예요.

아빠가 출장갔을 때
'엄마 슬퍼'
'범준이 왜 슬픈대요?'
'아빠가 없자나, 아빠 전화해줘. 아빠가 보고싶어'라며 목놓아 울기도 해요. 아이에게 슬픔이란 어떤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랍니다. 뭘 보고 듣던 금새 잘 따라하고, 말도 순간순간 적절하게 받아서 할줄 알아요.

너무 부족한 엄마지만, 아이가 잘 자라주고 있어 감사합니다.  조금더 현명하고, 씩씩한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어요.  생각없이 놓쳐버린 아이의 1000일을 이번 주말에 축하해주고 싶어요. 후토스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뭔가 선물도 해주고 싶어요.

범준아 사랑해. 
엄마는 너와 함께 하는 단 한순간도 기억에서 놓고 싶지 않구요.
너무 귀여운 아이.

몸무게가 늘지 않아 걱정이라 요즘 한약을 먹고 있는 중인데, 어른이 먹기에도 쓴 약을 잘 먹고 있어요.  이 약먹고, 조금만 더 튼튼해 지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