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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의 미국여행을 다녀왔어도 별탈없었던 아이가 간밤에 열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밤새도록 열이 내리지 않아, 아빠, 엄마를 걱정시켰다. 그래도 요녀석 칭얼대지도 않고, 잘 견디더라. 젖은 수건 대기도 싫다고 하더니, 아빠가 잘 달래서 대주니 싫지 않은가 보다. 부모의 관심과 따뜻함을 느껴서인지, 아침까지 잘도 버텨 주었다. 비몽사몽 중간중간 아이를 체크했지만, 졸린 잠을 완전히 깨기에는 역부족이다.

아침 7시, 아이가 울기 시작한다. 아빠, 엄마가 일어나야 할 시간인지 아는것처럼. 꼭 안아달라면서 숨을 조금 가쁘게 내쉰다. 밤새 열이 났으니 기운이 있을턱이 없지. 준비를 하려고 하니, '엄마 어디가~ 가지마~'라며 계속 눈물을 뚝뚝 흘린다. 간신히 달래서, EBS를 틀어주니 조금 진정이 되었다. 정신없이 준비를 하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범준이가 태어난 후로 쭈욱 다니고 있는 병원은 마포에 있는 '박준 소아청소년과'다. 남녀 의사분이 한분씩 계시는데, 의사 두분 모두 친절하시다. 간호사들은 좀 딱딱하고, 정이 가진 않지만, 아이들을 위한 시설도 나쁘지 않고, 최근 3층에서 4층으로 확장이전
하면서 규모도 더 커졌다. 직장맘들에게 가장 좋은 팁은 일요일과 공휴일에도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평일에도 8시에 문을 여니 출근 전에 들러, 진료받기 좋다.

8시 전에 도착해서 빠르게 진료를 받으려 했는데, 8시도 되지 않은 시간, 벌써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가족들이 있었다. 게다가 요즘 환절기라 감기가 유행인지, 우리 이후로도  꾸준히 아이를 데리고 오는 모습들이 보였다.

아이는 처음에는 괜찮더니, 갑자기 서럽게 목놓아 울기 시작한다. 잘 울지 않는 녀석인대, 몸도 안좋은데도 약간 긴장한 탓인듯 싶다. 계속 '집에 가자. 꼭 안아줘'라며 운다. 그러더니 코에서 뭔가 나오니까 '엄마 코딱지가 나왔어'라면서 또 운다. 이런 상황에서는 화가 나기 보단 이녀석이 더욱 사랑스럽다. 오히려 전날에 옷을 얇게 입혔던게 계속 마음에 걸려 '엄마 잘못으로 고생하는구나. 미안해'라는 말만 속으로 계속 되뇐다. 갑자기 엄마 옷에 콧물이 묻었던지 '엄마 옷에 머가 묻었어...어떡해..'라며 우는데, 그 와중에 엄마 걱정까지 해주니, 엄마는 속으로 환한 미소가 번져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결국 진료시간이 되었고, 막무가내로 안들어가겠다고 발버둥치는 아이를 아빠는 다리를 엄마는 팔을 잡고, 간신히 진료를 마쳤다. 다른 증상은 없고, 감기 초기로 목이 너무 많이 부어서 열이 내리지 않은거란다. 그나마 이정도로 다행이라 여기면서. 아침부터 출근 시간을 벌겠다고, 어머님까지 병원으로 오시게 하고, 결국 아빠는 회사 늦은김에 아이를 할머니댁까지 데려다 주었다. 주말내내 함께 지내다 보니, 떨어지지 않겠다고 '엄마 회사 가지마'라는 아이를 뿌리치고, 출근하는데, 발걸음이 너무 무겁다. 하지만 어른들이 잘 돌봐주시니 걱정은 되지 않는다. 그저 엄마도 아이가 보고싶을 뿐이다.

요즘 병원놀이를 좋아하는 아이.
자기가 의사도 되었다가 환자도 되었다가.
청진기로 진찰을 하고, 주사도 놓고, 열도 재고, 가위로 꼭 머리도 자르고, 약도 먹이고.
이 중 하나라도 빠트리면 절대 안된다. 환자가 되었을 때는 '엄마 나 아파. 아이고 아프다'라며
눕는다. 이제는 역할극을 좋아하는 시기가 온것 같다.

요즘 관심사는 영어 알파벳
특히나 회사마크들을 영어글자로 써주면 다 맞춰내 어른들을 놀래킨다.
몇가지 노래도 제법 부를줄 알고, 자동차타기와 뽀로로 보는 걸 즐기며
스티커놀이와 선긋기(선긋기, 영어, 한글) 놀이를 좋아한다.

요녀석은 하나하나가 마냥 새롭고, 함께 있는 순간이 항상 즐겁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하다.

오늘은 꼭 칼퇴근을 사수해서, 아이와 조금 더 많은 시간을 갖고 싶다.
아프지 마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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