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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ocoMa]
운동을 해야겠다고 몇번이고 다짐하지만, 정작 실천에 옮기기란 쉽지가 않다. 체력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주말이면 체력저하로 인한 스트레스가 나를 짖누른다. 콘도에서 일찍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아예 하지 않기로 했다. 일찍이라는 규정이 나를 또다시 힘들게 할거 같아, 그냥 되는대로 일어나자라고. 아이가 9시쯤 눈을 떴다. 물을 달라는 소리에 깨서 TV를 켜고 누워 잠시 뒹굴거렸다. 잠이 편하지 않았다. 집에서 자지 않으면 어디서건 아무리 오래 자도 잔거 같지 않다. 내가 너무 예민한 탓일까.

간밤에 내린 비로 창문 밖은 모두 촉촉히 젖어 있었다. 저 멀리 산이 보이자, 저곳에서 산책을 하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더 늦기 전에 출발해야 차가 덜 막힐테니 부랴부랴 짐을 챙겼다.

강원도에 살고 있는 오빠가 이곳에 와주었고, 가기전에 회한접시는 꼭 먹고가야 한다며 동명항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동명항. 오랫만이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바닷바람을 맞으며 회가 먹고 싶으면 밤새 차를 달려 속초까지 오기도 했는데, 이젠 그런 낭만을 즐기기에는 너무 늙어버린 기분이다.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가족이란 울타리를 짓고나면 생각대로란게 쉽지 않다. '생각대로 하면 되지'라는 카피 문구가 내게는 쉽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다.

대포항  초입에 위치한 곳에서 바닷가에 서있는 배와 갈매기 떼를 보며 아저씨가 자연산이라고 했던 '농어회'를 먹었다. 아이도 회를 잘 먹는다. 회와 매운탕으로 배를 그득 채우고, 오빠와는 인사를 나누고 서울로 향했다. 이렇게 모든 일정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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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도 역시 날이 흐렸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지만 안개가 차 주위를 둘러싸고 있어 바깥세상이 그리 쉽게 눈에 차지 않는다. 아이도 피곤했는지 금새 잠이 들고, 나 또한 눈커플이 무거워진다. 혼자 운전을 하는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도 잠시, 스르르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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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보니 여전히 안개가 자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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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경이 그리 나쁘지 않다. 서울에서 출발할때는 영동고속도로를 선택했고, 서울로 돌아갈때는 미시령을 지나 국도를 달렸다. 미시령에도 긴 터널이 뚫려 예전만큼 곡예로 고개를 넘어야 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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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은 끝이 보이질 않는다. 이 길이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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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속을 빠져 나오니 거짓말처럼 해가 나고, 날이 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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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속 구름이 마음도 시원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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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로 들어오니 예상했던대로 차가 너무 막혔다. 졸리는 잠을 쫓으며 5시간에 걸쳐 서울까지 운전한 남편이 고생을 많이 했다. 드라이브를 제대로 한 기분이다. 차가 막히는 건 답답하지만 풍경만큼은 보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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