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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ocoMa]


주스를 먹고, 입도 닦지 않은 채, 엄마 머리띠를 두르고 신이 나서 돌아다녀요. 이제 3돌이 가까와 오는데, 아직까지 특별히 소속된 곳 없이 그저 집에서 놀아요. 엄마는 회사를 가서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돌봐주세요. 할머니랑 외출하면 동네 분들이 모두 알아봐 주시고, 반겨 주시니, 어깨가 한번씩 으쓱해지구요. 엄마와 함께 있지 않아도 하나도 외롭지 않아요. 엄마는 다른 친구들처럼 문화센터라도 보내주지 못해 미안해 하는데, 전 상관없어요. 그냥 혼자서도 영어 알파벳이랑 한글이랑 숫자 공부도 잘 할 수 있구요. 가끔 책도 보고, 전 동요를 따라 부를때가 정말 신이나요. 저 위에 보이시죠. EBS에서 요즘 '은하철도999'가 하는데, 노래가 제법 따라 부를만 하더라구요. 엄마가 회사 끝내고 집에 왔을때, 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엄마는 신기했는지 저보고 자꾸만 이 노래를 해보라는거예요. 엄마는 동요 가르치는게 즐거운가봐요. 저한테 10개도 훨씬 넘는 동요를 가르쳐 주었어요. 근데 전 그게 싫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요즘 동요를 뛰어 넘어 Tell me, So hot 이런 노래도 불러달라고 하구요. 엄마가 자주 보는 TV드라마 '엄마가 뿔났다'랑 '너는 내운명'에서 나오는 노래들도 곧잘 따라 부르고 한답니다.

전 책 읽는거 싫진 않지만 설겆이, 청소, 다림질놀이랑 놀이터에서 미끄럼틀 타기가 훨씬 재밌어요. 엄마가 설겆이 하면 의자를 끌고와서 엄마를 도와줘요. 엄마는 하지 말라고 하지만 전 정말 너무너무 하고 싶어요. 그리고 산책이 좋아요. 엄마가 산책이라고 해서 알았는데요. 산책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엄마가 산책을 가자고 하면 월드컵 공원이나 여의도 공원을 가요. 산책은 공원 가는걸 말하나봐요. 전 거기에서 제가 타고 다니던 유모차를 끌고 다닌답니다. 유모차 끌기놀이 정말정말 재밌어요. 내가 유모차를 끌고 가면 엄마랑 아빠는 둘이서만 손 붙잡고 그냥 가버려요. 물론 '같이가' 한마디에 금새 저에게로 돌아오지만요.

요즘은 세상이 온통 다 궁금한거 투성이예요. 어제는 할아버지한테 엘리베이터가 어떻게 움직이냐고 물어봤어요. 냄새도, 움직이는 것도, 소리도 왜 그런건지 알고 싶어요. 물어볼때마다 가족들 모두 성실하게 답을 해주시니 감사하죠. 제가 좀 수다스러워졌어요. 짝짓기 놀이도 재밌어요. 아빠는 엄마를 좋아하고, 엄마는 아빠를 좋아하고,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좋아하고, 고모는 고모부를 고모부를 고모를 좋아해요. 이렇게 말하면 엄마는 저보고 누구를 좋아하냐고 물어봐요. 전 이럴때 노코멘트랍니다. 비밀이거든요. 뭐 사실 전 가족들 모두 다 좋아하니까 말안하는거예요.

엄마는 요즘 저때문에 걱정이 있으시대요. 밥을 많이 안먹는거랑 컴퓨터를 좋아하는거랑 잠을 늦게 자는 것 때문이래요. 전 뭐든 다 잘 먹을 수 있는데, 아이스크림이랑 쿠키가 너무 좋아요. 얼마전에 우연히 다음 '키즈짱'이란걸 알았는데요. 이거이거 하면할수록 너무 재밌는거예요. 처음에는 뽀로로만 봤는데, 지금은 키즈짱 마니아가 되어서 여기 있는 것들은 왠만큼 다 할 수 있어요. 색칠하기, 게임하기, 글자 놀이 등등. 엄마 말대로 너무 오래하면 머리랑 눈이 나빠지까 조금만 해야겠죠. 엄마는 요즘 절 일찍 재우려고 해요. 아빠랑 엄마가 늦게 오기 때문에 전 조금이라도 더 함께 놀고 싶은데, 얼마전 TV에서 '올빼미 아이들'을 보고 나더니 엄마는 절 더 걱정스럽게 보세요. 다 커가는 과정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전 우리가족 모두를 너무너무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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